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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발견

  • 지은이 : 강영조
  • 출판사 : 효형출판
  • 페이지 : 312쪽
  • 출간일 : 2005.07.26
풍경에 다가서는 이들에게
여름이다. 사람들은 ‘풍경’을 찾아 산으로, 강으로, 들로, 때로는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멋진 풍경에 감탄사 한번 던지고 돌아서면 좋았다는 감상뿐, 그것으로 그만이다. 풍경이란 과연 무엇일까. 풍경은 왜 우리에게 ‘좋다’는 감상을 줄까. 그리고 그렇게 이따금 일부러 보러 떠나야 하는 대상만이 풍경일까. 이 책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면서 우리가 흔히 찾아 떠나는 이른바 ‘명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눈을 뜨기만 하면 볼 수 있는 게 풍경이기도 하지만, 풍경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눈으로 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보는 이의 개성이나 감수성, 지적 능력, 기호 등 주관적인 상상력이 개입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적 풍경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또 인류가 살아오며 새겨진 원초적 기억, 본능이 작동한다.
동아대 강영조 교수(도시계획·조경학부)는 지난 2003년, 풍경미학 입문서 《풍경에 다가서기》에서 독자들이 주변 풍경을 통해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특히 책에 소개된 퇴계나 겸재에게 배우는 풍경 조망술, 곽희에게 배우는 아름다운 산수의 조건 등은 ‘풍경 체험’을 인문과 예술의 영역까지 확장시킨 것으로 주목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풍경의 발견》은 《풍경에 다가서기》의 ‘실제편’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책이 풍경을 보는 이론을 소개한 것이라면 이번엔 직접 명풍경을 찾아나섰다. 풍경을 체험하는 조건에 따라 조망(바라보기)의 즐거움, 풍경의 표정, 사람의 풍경, 풍경의 노래, 풍경의 탄생에 따라 다섯 장으로 나누어 그 주제를 글머리에 해설해 풍경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고, 주제에 따라 우리 나라에서 이름난 명풍경 31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 풍경이 어디가 좋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조망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순서대로 서술한 글은 풍경이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전권보다 한결 문장이 평이해진 만큼 감성은 한층 섬세해져 절정에 다다른 제철풍경 사진과 함께 현장에서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풍경 속에 빠져드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해준다.
 
우리의 명풍경을 다시 만난다
책에 실린 풍경은 산과 계곡, 강과 호수, 해안과 초원 그리고 교량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하지만 꼭 ‘한국의 명풍경 ○○선’ 같은 형식으로 소개되는 관광가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관광가이드가 잡은 고기를 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고기를 직접 낚는 법을 알려준다. 즉 명풍경을 이루는 보편적인 풍경미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 풍경미학의 이론을 간략히 소개해 ‘풍경 또한 아는 만큼 보이는 눈맛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산머리에서 바라본 산자락들은 왜 그렇게 멋있을까.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조망은 바로 그 비밀이 부각俯角, 시야가 한꺼번에 트이는 ‘폐쇄와 원망의 분극화’ 등에 있음을 알려준다. 지도로 볼 때 완만한 해운대 해변은 실제로 대지 위에 서서 보면 멀어지면서 급하게 꺾이는, 대한팔경에 꼽히는 풍경이다. 바로 ‘형의 투시적 압축’ 때문이다.
명풍경은 그것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묶일 때 하나의 풍경이 된다. 남해 금산은 그냥 금산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내륙의 금산과 구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남해라는 풍경과 함께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섬진강은 이른 봄에 찾아야 한다. 강 주변의 매화 가득한 섬진 마을이 강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풍경, 풍경의 노래
풍경은 ‘바라보는 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류가 숲에서 들로 나왔을 때 풍경 속에서 생존의 안심감을 찾았듯이 야생의 자연은 인간, 즉 풍경을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하루종일 누빈 월출산 기암봉이 오히려 자신을 보고 있었음을 발견하고, 충주호에서 바라본 월악산의 장엄함은 정신적인 존재로 지각된다. 애니미즘 지각이다.
풍경은 또한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고 만나는 곳이다. 언양 작천정은 꽃구경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그 꽃나무와 함께 어우러질 때 명풍경으로 완성된다. 울릉팔경의 하나인 ‘저동어화苧洞漁火’는 험한 바다의 오징어잡이 배, 즉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삼재三災의 풍토를 딛고 살아가는 제주도 사람들은 그네들의 삶 자체가 풍경이며, 남해 가천 마을 다랑이 논은 자연과 공생하는 사람들이 만든 풍경의 민예품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풍경은 또한 사람의 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말로 바꾸면 이 말은 사람들 사이에 유통된다. 풍경의 아름다움을 말로 고정하고 그 말을 쓰는 우리들은 풍경의 아름다움을 공유한다. 정원이나 명승의 절경도 그 아름다움을 상찬한 노래나 유래를 공유할 때 그 인상이 증폭된다. 그래서 우리는 곳곳의 기암에 사자바위니 선녀바위니 이름을 짓고, 〈관동팔경〉이니 〈소쇄원 48영〉이니 그 아름다움을 노래로 남기는 문화를 키워오기도 했다.
 
오늘의 우리에게 풍경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드러났지만 풍경은 그저 보기에 좋은 자연 풍광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풍경 속에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방식과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 때로는 철학적인 고민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또한 풍경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자 후세에 남겨주어 시공을 넘어 호흡을 이어가야 할 흔적이다.
“돌을 집어던지면 깨금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 이효석의 글에서 만난 물고기 등같이 파란 하늘을 저자는 동강에서 만난다. 동강이 생태보존이나 자연학습의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절승의 풍경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이효석이 파란 하늘을 그려냈듯이 예술가의 예술적 세례를 받아 다 함께 노래하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슴에 절절하게 와닿는다. 경춘선으로 대표되는 철도는 근대 문명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폭력과 매혹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철도는 직선으로 관통하며, 성토盛土와 절토切土를 반복하며 고전적 풍경 체험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은 차창 밖의 자연과 만나면서 한 편의 영화, 열두 폭의 병풍화를 이룬다.
창녕 남지교는 1933년,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다리다. 한국전쟁 때 파괴되어 재가설되었는데 저자가 이곳을 찾을 때만 해도 안전 문제로 철거가 예정된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었다. 결국 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이 다리에서 저자는 주민들의 그 다리에 새겨진 시간과 추억을 떠올리며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개발지상주의시대에 지켜낸 ‘풍경’이다. 운주사 천불천탑과 부석사 무량수전, 31곳의 풍경에 들진 않았지만 본문에 소개되어 있는 경북 영양의 서석지에서는 옛사람들의 풍경관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하여 다시 만나게 되는 이 풍류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꿰뚫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혹은 앞으로 계속 만들고 발견해야 하는 풍경의 특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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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에게 메일보내기(새창) 작성자의 홈페이지 열기(새창) 작성일 2011-12-01 조회 896 추천 0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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